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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30주기 추모예배(누가복음10:25-37)

동완 2021. 5. 18. 19:51
할머니가 돌아가신 해는 1991년 제가 결혼하던 해 입니다. 만 30년이 되었지요.
30년이라는 세월이 참으로 순식간에 지나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10년 후인 2001년에 소천하셨지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2년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는 할머니 똥오줌을 받아내면서 힘들어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갑자기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탈진한 것이었지요.

부모는 자식에게 있어 짐인 것만은 사실니다. 자식과는 다르지요. 그렇기에 효자가 되는 일, 결코 쉬운 일 아닌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식에게 헌신했다고 아버지상, 어머니상을 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본능이지요. 동물들도 자기 새끼들은 헌신적으로 돌봅니다.

아버지 시대, 30년 전만 해도 요양원이 일반화되지는 못했었기에 당시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요양원을 정말 싫어하셨지만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결정했기에 나는 따랐습니다. 사실 아내가 이런 결정을 해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두 딸의 아빠이기에 딸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예슬이는 독립시켰지요.

아내가 제일 고생하지만 저 역시 힘들지요. 낮에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나서는 집에 와서 편히 쉬어야 하는데 쉴 공간이 마땅치 않지요. 그리서 아내가 예슬이 방을 꾸며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참으로 효자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돌보시면서 가끔은 짜증을 내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도 이해가 됩니다. 아내는 제게 어머니에게 살갑게 얘기 좀 하라고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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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오늘 본문을 생각해 봅니다. 누가복음 10:25-37을 보면 선한 사마리아인이 나옵니다.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묻기를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겠습니까? 묻자 예수님께서는 너는 율법학자인데 네 생각은 어떠하냐 라고 묻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했나이다 대답하자 네 말이 맞다. 그렇다면 네 이웃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말씀하시면서 본문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예화를 듭니다.

또 누가복음 18:18이하를 보면 부자 청년이 나옵니다. 이 청년 역시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겠습니까?라고 주님께 질문합니다. 네가 알고 있는 계명을 다 지켰느냐 물자 그 청년은 십계명의 내용을 말하며 어릴 때부터 다 지켰다고 대답합니다. 예수님은 네게 한 가지가 부족한 것이 있는데 네가 가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나를 쫒으라하고 말씀하시자 근심하며 떠나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오는 율법학자, 율법에 충실했던 부자 청년. 모두 어떻게 해야 천국에 가느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율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신했습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말한다면 저 열심히 교회다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달랐습니다. 강도만나 죽게 된 사람을 피했고, 굶주려 죽어가는 이웃을 외면했습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굳이 본문을 예로 들 필요 없습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내 이웃이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까? 내 이웃이 누구일까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내가 어머니를 모셔올 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인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어머니다. 내가 거기에 쓰임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웃을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이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