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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천 29주기 예배(하박국2:4)

동완 2020. 4. 27. 15:16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하박국2:4)

 

오늘은 할머니 소천 29주기입니다. 저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날밤을 생각할 때마다 죄책감이 사로잡히곤 합니다. 할머니 생신이 초파일 바로 전날 4/7입니다.  저는 생신 전날 왔었는데도 할머니 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냄새가 날 뿐 아니라 할머니가 치매 증세로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날밤도 어머니는 할머니와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밤을 어머니와 보내시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셨던지 할머니는 어머니를 향해 '에미야 고맙다'를 연거푸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밤이 지나고 상학골 마늘밭 비닐을 걷으러 갔는데 할머니께서 임종하신다고하여 급히 돌아와 할머니는 내 무릎을 베시고 아버지께서 새옷을 입혀주시자 숨을 거두셨습니다.  할머니의 마지막 밤을 작별하지 못한 것, 지금도 못내 죄스럽습니다.  사람이 그런것 같습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인간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 3달 동안 코로나 전염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자부터 시작된 경제적 위기는 이제 전 산업으로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모든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칼(전쟁)과 기근과 염병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우리에게 이런 고난을 주실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과거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 어떻게 처신했는지를 묵상해 봅니다. 

 

하박국서는 3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요시아왕 시절, 즉 유다가 바빌론에 의해 멸망당하고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포로로 끌려가는 그 처참한 상황 직전에 하나님의 심판 메세지를 하박국이 받고 반응한 내용이 본서입니다. 하박국은 왜 하나님께서는 그의 택한 백성을 이렇게 처참하게 심판하시는가, 또 왜 하필이면 그 무도한 바빌론을 통하여 심판하시는가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순종의 결과이지만 하박국은 진노 중에도 주의 긍휼을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운행됨을 믿어야 합니다. 이 질병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에 대한 심판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역설적이게도 올 봄은 미세먼지가 없어 하늘이 맑습니다. 짐승들,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탐욕이 남극과 북극,히말라야산의 만년설을 다 녹여버려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기후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병이나 자연재해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19세기 화석 문화 시대를 시작하면서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인간의 풍요 명분 아래 다 파헤쳤습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00년 경에는 세계인구가 10억 정도였는데 지금은 70억명이 되었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자연적으로 개체수 조정이 일어나지만 인간 세계에는 그렇지 못합니다. 인류학자들은 생태계의 위기, 인구 폭발의 위기를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아마 코로나 전염병 이후의 시대를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의 모습이 그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산업의 침체가 지속된다면 더 이상 대량생산,대량소비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국가와 국가는 서로 장벽을 쌓고 자국 위주로 나아갈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여유가 없어지다보니 강팍해질 것입니다. 지금은 결혼,장례식을 가족 중심으로 치루듯이 문화도 바뀔 것입니다. 문화,예술,스포츠도 위축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형식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규모 집회보다는 개인 경건 신앙으로 또는 신앙의 퇴보로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모든 우주만물이 하나님의 섭리 아래있고 우리 각자의 인생의 운명도 하나님의 섭리 아래 있음을 믿고 하나님께 맡겨야 겠습니다. 그리할 때 하박국은 3장 말미에 오히려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외양간에 소가 없고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을지라조 나는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고백하고 있습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확신 속에서 이런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는 선지자의 모습을 봅니다. 

 

신앙인은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죽음도,역병도, 전쟁도, 기근도 믿음으로 말미암아 넘어서는 것이 신앙인입니다. 지금 있는 것을 족한 줄로 알고 서로 나누며, 내게 어떠한 상황이 닥친다해도 감사함으로 받으며, 내게 무슨 일을 주신다해도 감사함으로 받으며 나머지는 하나님께 의탁하는 삶의 자세를 갖을 때 코로나 이후 시대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은 이 때나 저 때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줄 믿습니다.